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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원에 산 비트코인, 1억 넘어도 안 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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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억 원 됐던데 팔았어?”

최근 지인 몇 명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나는 그동안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주위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1억 원(이하 개당 가격)은 될 거라고 말해왔다. 책에도 그런 이야기를 썼다. 2019년과 2021년에 투자 책을 냈는데, 그 책들에서도 비트코인이 1억 원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올해 3월 드디어 비트코인이 1억 원이 됐다.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들고 있었는데, 이제 비트코인이 정말 1억 원이 넘었으니 팔았느냐는 질문이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 1억 원은 굉장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기념비적 사건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 1억 원을 매도 시점으로 생각한다. 1억 원 가까운 금액에 비트코인을 사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전에 산 사람 중 많은 이가 비트코인이 1억 원이 되자 팔아서 수익을 실현했다.

비트코인 수요가 감소할 때가 매도 시점이다. [GETTYIMAGES]

3월 11일 비트코인 1억 원 돌파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은 것은 3월 11일 오후 6시 32분쯤이다. 이때 정말 우연히 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억 원이 넘어가는 순간을 볼 수 있었다. 앱을 확인했을 때가 1억 원이 되기 바로 전인 9999만8000원이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수치를 볼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주문 가격대별 주문량은 ‘표’와 같았다.

이때 가격이 9999만8000원이었고, 0.258개가 매도 주문으로 나와 있었다. 보통 빗썸에서는 가격대별로 이 정도 주문량이 있다. 그런데 1억 원 매도 주문량에 41.926개가 쌓여 있었다. 비트코인은 비싸기 때문에 보통 한 사람의 주문량이 0.001~0.05개 정도다. 0.05개라 해도 500만 원 가까이 된다. 그런데 1억 원 매도 주문량이 41개를 넘었다. 정말 엄청 많은 사람이 1억 원에 매도 주문을 내놓은 것이다. 1억 원에 비트코인을 팔려고 한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는 뜻이다.



9999만9000원에 판다고 내놓은 것도 3.911개나 된다. “과연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을까” “1억 원을 넘지 못하고 다시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염려로 1억 원 바로 전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그래야 1억 원과 거의 같은 정도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말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 1억 원을 매도 시점, 수익 실현 시점으로 여겼다. 1억 원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매도 주문량이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말해준다. 그리고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비트코인이 1억 원 이상 오를 수 있을까.”

“너무 비싸다. 이제는 살 수 없다.”

“이제 다른 코인에 투자해야 하나.”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다들 나에게 비트코인을 처분했느냐고 묻는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보통 이렇다.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었다는 것은 한국인에게만 의미 있을 뿐이지, 비트코인 자체가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하고는 별 상관이 없다.”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오해하는 게 하나 있다. 비트코인은 한국 상품이 아니라 국제 상품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제적으로 정해지고, 한국 비트코인 가격은 그 국제 가격을 따라간다. 한국은 비트코인 국제 거래와 관련해 규제가 많기 때문에 국제 가격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이 붙는다. 하지만 기본 가격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국제 가격을 따라간다. 국제 가격이 오르면 한국 가격도 오르고 국제 가격이 내리면 한국 가격도 내린다. 한국 사람이 좀 더 많이 산다고 가격이 오르고, 한국 사람이 안 산다고 가격이 내리는 게 아니다. 한국인은 비트코인 가격 설정자가 아니라 가격 추종자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이 넘느냐 아니냐는 국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1억 원이 넘었는데 더 오를 수 있나 없나를 고민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한국에서 1억 원이 넘었나, 안 넘었나는 의미가 없다.

1억 원 큰 의미 없어

예를 들어보자. 3월 4일 일본에서 비트코인이 1000만 엔을 넘었다. 한국에서 1억 원이 큰 의미의 가격이듯이, 일본인에게는 1000만 엔이 큰 의미를 가진 가격이다. 일본에서는 드디어 비트코인이 1000만 엔을 넘어섰다고 요란했고, 일본 사람들은 1000만 엔에서 더 오를지 아닐지를 고민했다. 하지만 한국인 가운데 비트코인이 일본에서 1000만 엔을 넘었는지 아닌지 신경 쓴 사람이 있나. 비트코인이 1000만 엔이 넘었는데 여기서 더 오를지 아닐지를 고민한 사람이 있나. 아무도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일본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엔화로 환산한 가격이 얼마인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움직인다.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어섰다고 요란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국 내 이야기일 뿐이다. 한국 환율을 적용했을 때 1억 원이 넘은 것이고, 그게 한국 사람에게 의미 있는 숫자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비트코인이 원화로 1억 원이 넘었느냐 아니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원화로 1억 원이 넘었으니 너무 비싸졌다, 1억 원이 넘었는데 과연 더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은 한국인뿐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런 발상 자체를 안 한다.

1억 원이라는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이 숫자에 굉장히 민감하고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을 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 상품이 원화로 얼마인지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한국 상품이 아니라 국제 상품이다. 국제 상품을 원화로 기준 삼아 투자 결정을 해서는 곤란하다. 국제 상품은 국제 가격을 기준으로 얘기해야 한다. 비트코인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가격은 10만 달러다. 세계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 넘는다면 언제 넘느냐에 관심을 가진다. 한국 사람에게 비트코인이 1억 원이 되느냐 아니냐가 관심의 초점이듯이, 세상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가 되느냐 아니냐에 관심을 갖는다.

4월 중순 현재 비트코인은 6만 달러에서 7만 달러를 횡보하고 있다. 최고가는 7만3000달러였다. 이게 10만 달러까지 갈까, 간다면 언제 갈까가 국제적 관심의 초점이다. 원화로는 1억4000만 원 가까이 되는 가격이다.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었는데 더 오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그건 1억 원에서 할 고민이 아니다. 10만 달러, 1억4000만 원을 넘은 다음에 해야 할 고민이다.

공급과 수요에 주목해야

그럼 나는 비트코인 10만 달러, 1억4000만 원이 넘으면 팔까. 그건 또 얘기가 다르다. 나는 투자 상품은 처음 샀을 때 이유에 따라 언제 팔아야 할지가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이익이 늘어나서 샀다면 이익이 늘지 않을 때 판다거나, 매장이 증가해서 샀다면 매장이 증가하지 않을 때 판다거나, 수출이 잘돼서 샀다면 수출이 안 될 때 파는 식이다. 내가 비트코인을 산 이유는 공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거나 수요가 더는 늘어나지 않으면 팔아야 한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수요가 증가하느냐 아니냐가 나의 투자 결정에서 중요한 기준이다.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나느냐 감소하느냐, 내가 초점을 두는 건 이 부분이다.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나면 계속 보유하고, 비트코인 수요가 줄어들면 팔 것이다. 즉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넘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아가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느냐 아니냐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트코인의 수요와 공급만 보려 한다. 내가 50만 원에 산 비트코인을 10년 동안 들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다. 100만 원, 1000만 원, 1억 원 등 숫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나는 절대 비트코인을 10년 동안 들고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