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인공지능(AI)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AI 반도체 수요 폭발론’에 힘입어 23일(현지시간) 장중 2조 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작년 6월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지 8개월 만이다. 종가는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했지만, 이날 새로운 기록을 쓰면서 앞으로의 주가 전망에 대한 긍정론에 불을 지폈다.
이날 뉴욕증시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개장 초기 전날보다 4.9% 오른 823.94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는 주당 810달러대를 기록하면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1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엔비디아는 다음날인 지난 22일 주가가 16.4% 폭등했다. 시총도 1조6670억달러에서 1조9390억달러로 크게 불어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의 시총이 하루 만에 2720억 달러(361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코카콜라(2639억달러), 넷플릭스(2525억달러)의 시총을 뛰어넘는 수치”라며 “역대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시총 증가”라고 분석했다. 최근 깜짝 실적과 배당금 지급 등으로 주가가 폭등한 메타의 하루 증가분(1970억달러)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런 상승세가 23일에도 이어지면서 2조달러 고지도 넘어선 것이다.
엔비디아가 시총 1조달러에서 2조달러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8개월이었다. 미국 기업 중 가장 빠르게 2조달러를 ‘터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올라서는 데 걸린 기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날 오후에 상승세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결국 전날보다 0.36% 오른 788.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총도 1조9700억달러로 내려갔다. 하지만 시총 2조달러에 밀착하면서 2조달러대 안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미국 상장기업 중 시총이 2조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MS(3조490억 달러)와 애플(2조8180억달러) 2곳뿐이다. 이들 기업은 시총 3조달러도 돌파한 기록을 갖고 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2조650억 달러)까지 3곳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이날까지 2개월 만에 59% 급등했다. 200달러대 초반이었던 작년 초반과 비교하면 3.5배 넘게 올랐다. 그런데도 월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850달러로 잡았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925달러로 내다봤다. 로젠블래트 증권은 기존 목표가 1100달러를 1400달러로 상향 조정해 시가총액이 3조5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했다. 자산운용사 샌퍼드번스틴는 “엔비디아 주가의 추가 상승 전망이 여전히 탄탄하다”고 분석했고, 모건스탠리도 “AI 수요 강세는 계속 주목할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가 장기간 축적해온 기술력의 깊이와 생태계는 복잡하다”며 “이 때문에 경쟁사들이 쉽사리 엔비디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주가 폭등으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20대 부호 반열에 진입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전날까지 황 CEO의 자산 순위는 전 세계 21위(692억달러)로, 20위인 석유 재벌 데이비드 코흐의 미망인 줄리아 코흐(가족·693억달러)와 1억 달러 차이였다. 엔비디아 주가가 오를수록 황 CEO의 자산가치도 함께 상승해 10위권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