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 끝에 과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거래소마다 다른 가상자산 가격과 수수료 등의 제도 정비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과세 시행을 다시 2년 뒤로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1일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그간 민주당은 ‘소득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예산부수법안 협상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유예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유예는 깊은 논의 끝에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과세에 대한 2년 유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과정에 대해선 “오랜 숙의와 토론, 정무적 판단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민주당의 계획에 거센 반대를 보였다. 지난달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2025년 1월 1일 코인(가상자산)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은 하루 만에 5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금융투자소득세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하나의 세트”라며 “둘은 같은 투자인데도 한쪽은 폐지, 한쪽은 과세한다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1억 3435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빗썸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억 3443만 원으로 10만 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가상자산 업계는 과세 유예로 한숨 돌린 분위기다. 거래소마다 각기 다른 거래 수수료로 인해 과세가 됐을 경우 업계의 출혈 경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화마켓 5대 거래소 수수료는 △업비트 0.05% △빗썸 0.04% △코인원 0.2% △고팍스 0.2% △코빗 0.05%다.
가상자산 과세에 더해 거래 수수료까지 가중되면 투자자들은 값싼 거래소로 이동하고, 거래소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꺼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실적은 거래 수수료에 따라 좌우된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가 거래소를 통한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만 가능하다. 즉 개인 투자자의 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여유 재원이 충분한 빗썸·업비트와 다르게 다른 거래소들은 수수료를 무료화하면 모든 재원을 끌어다 써야 한다”며 “거래소 간 차별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내세워야 하는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코인 상장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엔비디아 아닌 ‘서학개미’의 선택은?
비트코인이 9만 달러(1억 2500만 원)를 넘어서면서 관련주에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 관련 종목들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해 온 테슬라를 넘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데일리 타깃 상장지수펀드(ETF)’로 나타났다. 순매수 규모는 1억 1670만달러(1627억 원)다. 서학개미 보유 1위 종목인 테슬라는 1억 1607만 달러(1620억 원) 매수를 보이며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빚을 내서 비트코인 투자에 집중한 미국의 기업용 소트프웨어 업체로,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보유 기업이다. 전날 기준 마이크로스트레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38만 6700개(약 365억 2786만 달러·51조원)다.
서학개미 순매수 3위부터 5위까지도 모두 가상자산 관련주였다. 3위는 ‘타이달 트러스트 투 디파이언스 데일리 타깃 1.75X 롱 마이크로스트레티지(MSTX)’ ETF(1억67만달러·1404억원), 4위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9583만달러·1337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이더리움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 ‘2X 이더 ETF’도 8388만달러(1171억원)어치를 샀다. 반면 전통의 상위권이었던 엔비디아 관련주인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ETF‘(852억원)와 엔비디아(750억원)는 각각 6, 7위에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가상화폐에 우호적 입장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서학개미들도 관련주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지난 22일 역대 최고가인 9만 9800달러 대까지 상승하며 10만 달러 돌파 기대감을 키웠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는 덩달아 오르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70% 급등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강한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는 점은 조정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트럼프 트레이드가 아직까지 트럼프 공약의 긍정적 측면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물가 등 부정적 리스크가 부각되면 비트코인 가격도 조정 압력이 높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