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가 최근 전고점을 뚫으며 엔비디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YTD) 수익률 기준으로는 비트코인보다 5배 높은 상승 폭이다.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레버리지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 비결로 분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지난 11일 신고점을 경신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소프트웨어업체로, 현재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1% 이상(22만6500개)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IT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함께 비트코인 관련주로 꼽히는 이유다.
최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랠리가 주목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보다 수익률이 높은 점과 비트코인이 조정 흐름을 보일 때 급등한 점 등이다.
먼저 회사가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수익률은 160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수익률(1100%)보다 31% 높은 수치다.
비트코인이 주춤할 때 홀로 들썩인 것도 낯선 현상이다. 통상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비트코인 시세와 커플링(동조) 현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금지된 국내의 일부 기관들이 비트코인 대신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투자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 역시 비트코인 간접투자를 위해 올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강세가 비트코인 최근 반등에도 일부 기여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두 달 만에 9000만원대를 돌파한 시점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랠리를 펼친 후인 지난 15일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랠리 요인으로는 독보적인 비트코인 매수 전략이 꼽힌다. 전환사채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는 레버리지 전략으로 연평균 53%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4일 기준 회사가 비트코인 매수를 통해 거둔 수익률은 55%다. 83억달러(11조3859억원)로 매입한 비트코인의 시장 가치가 150억달러(20조577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회사채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부담하는 이자는 1.569%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연평균 53.4%의 수익이 발생하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펀드인 셈이다.
이에 최근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대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순자산가치(NAV) 프리미엄이 270%를 기록, 3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NAV 프리미엄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시가총액을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로 나눈 값이다. 즉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2.7배 높다는 의미다.
코인텔레그래프는 "현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1달러 자본으로 1.1달러의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10% 상승하면 회사 자산 가치는 11% 상승하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사업 모델인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현금흐름이 나오는 점도 추진력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연 매출은 4억4400만달러(6090억원)로, 연평균 이자 비용으로 나가는 5890만달러(807억원)를 훌쩍 뛰어넘는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소프트웨어 사업은 2분기 약 1억1100만 달러 수익을 창출했다"며 "비트코인 매수 전략을 유지하기 위한 현금 흐름 기반을 제공해 비트코인 보유량과 NAV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궁극적으로 1조달러(137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150억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 보유액을 15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설립자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 번스타인 애널리스트에게 "회사는 선도적 비트코인 은행이 되고 1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개당 수백만달러까지 상승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테슬라 팔길 잘했는데"…엔비디아 산 서학개미 '두근두근'
미국 증시를 이끄는 ‘매그니피센트7’(애플, 알파벳,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이 다음주부터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선두인 TSMC가 먼저 예상을 뛰어넘은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AI와 관련이 깊은 회사들의 실적도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반면 전기차 ‘캐즘’(대중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테슬라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3분기 EPS 뒷걸음 예고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매그니피센트7 종목의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테슬라에 이어 아마존(24일), 마이크로소프트(30일), 알파벳(29일), 메타(30일), 애플(31일)이 이달 말까지 잇달아 실적을 발표한다. 마지막 주자인 엔비디아는 2주가량 늦은 11월 14일 실적을 공개한다 .
첫 주자인 테슬라 실적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테슬라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5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보여주는 주당순이익(EPS)은 작년 3분기(0.66달러)보다 줄어 0.58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직전 분기 EPS인 0.62달러보다도 낮다.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대거 할인에 나선 여파로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중국 시장에서 모델3, 모델Y 제품에 최대 5년까지 무이자 또는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올 4월에는 미국에서 모델Y, 모델X, 모델S 가격을 2000달러가량 인하하기도 했다.
콜린 랭건 웰스파고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펼치는 저금리 대출 등의 프로모션은 차량 가격을 8%가량 내리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아마존은 3분기 EPS가 전년 동기 대비 32.55% 늘어난 1.14달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1571억6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2분기 EPS(1.26달러)와 비교하면 낮아졌다.
월가의 아마존 투자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 경기 둔화 여파로 소매 매출은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JP모간은 지난 11일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230달러로 제시하고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 반면 웰스파고는 10일 아마존에 중립 투자의견을 냈다.
실적 눈높이 올라가는 메타와 엔비디아
최근 메타와 엔비디아는 매그니피센트7 중에서도 주가가 가장 많이 뛰었다. 메타는 최근 한 달(9월 18일~10월 17일) 사이 주가가 7.25%, 엔비디아는 20.78% 상승했다. 반면 테슬라(-2.78%)와 마이크로소프트(-3.27%)는 하락했고 아마존(0.59%)과 알파벳(2.3%)은 보합권이었다. 애플은 한 달 사이 5.19% 올랐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메타와 엔비디아의 3분기 EPS는 각각 5.23달러, 0.74달러로 예상됐다. 메타의 EPS 전망치는 90일 전 4.86달러에서 7.61% 올랐고, 엔비디아는 같은 기간 0.7달러에서 5.71%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AI 칩셋 수요 급증으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56% 급증한 32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TSMC가 월가 예상을 넘은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실적에도 투자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잇달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50달러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65달러에서 190달러로 상향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AI 분야인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세로 무난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알파벳의 3분기 EPS는 1.84달러, 매출은 863억달러로 전망됐다. EPS는 전년 동기 대비 30.49% 늘었지만 2분기(1.89달러)보다 소폭 못 미친 실적이다.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알파벳 주가는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알파벳이 검색시장 반독점법 위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회사 해체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어서다. 알파벳 주가는 법원 판결이 나온 8월 6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2.4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2.63% 뛰었다.
애플의 3분기 EPS는 1.5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9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분기(1.45달러)와 대비해도 증가했다. 소비심리 둔화 우려가 커졌지만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16 판매량이 기대치에 부합해 무난한 실적을 보일 전망이다.
아미트 다리야나니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는 “애플에 대한 투자심리가 최근 몇 주 동안 약세였기 때문에 오히려 추정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는다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매그니피센트7과 비슷한 시기에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는 다른 종목에도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MD는 오는 29일, 퀄컴은 11월 6일 각각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AMD의 3분기 EPS는 전년 동기 대비 31.42% 오른 0.92달러, 퀄컴은 26.73% 상승한 2.56달러로 예상됐다. 이 밖에도 버라이즌(22일), 코카콜라컴퍼니(23일), 램리서치(23일) 등 미국 주요 업체 실적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