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사흘 만에 8000만원선 재이탈 위기에 몰렸다. 뉴욕증시의 상승세를 추종하지 못하면서 하락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전일 같은 시간 대비 2.4% 하락한 8130만원대를 나타냈다.
전일 83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날 추가적인 하락세로 81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뉴욕증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4분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승하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비트코인은 뉴욕증시의 움직임을 추종하지 못하면서 이달 초부터 시작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사흘 만에 다시 8000만원선 이탈 위기에 몰렸다.
비트코인 외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들의 가격 약세도 이어지다 보니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크게 떨어졌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닷미에 따른 이날 크립토 탐욕·공포 지수는 전일보다 3포인트 내린 28포인트로 '공포' 단계에 위치해 있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투자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또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회사인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거래소들의 순 입출금량은 지난 7일간의 평균 수치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순 입출금량은 거래소로 입금된 코인의 양에서 출금된 양을 뺀 값으로 현물 거래소의 경우 값이 높을수록 코인의 매도 압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선물 거래소의 경우 변동성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 마약거래소서 5만BTC 압수한 미국, 시장 매도 가능성 나와
미국 연방보안청(USMS)이 온라인 마약거래소 실크로드에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USMS가 압수한 비트코인은 5만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현 시세로 4조500억원에 달한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변호사 스콧 존슨은 USMS가 미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근거로 실크로드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온체인 데이터 분석 회사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실제 미국 정부는 이날 코인베이스로 약 6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이체한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USMS 자산은 완전히 분리된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코인베이스 프라임 또는 다른 거래소로 자산이 최종적으로 이체되면 이미 매각했거나 매각을 앞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국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비트코인의 다량 매도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은 불안감을 가지는 모양새다.
통상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같이 다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지갑이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이체할 경우, 매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 비트코인 단기 보유자 중 80%가 손실 상태…"패닉셀 가능성 有"
비트코인 단기 보유자들 중 80% 이상이 매수 단가 대비 시세가 낮으며 손실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 시세가 예상보다도 더 약세를 보이면서 '패닉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온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의 수석 애널리스트 체크메이트는 X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 단기 보유자(STH)의 80% 이상이 손실 상태(시세가 평균 매수 단가를 하회)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2018년, 2019년, 2021년 중반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하락 추세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 "플레이스토어서 가상자산 사기 앱 피해당했다"…이용자, 구글 상대 소송
한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가상자산 사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가 500만달러(약 67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더블록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지난해 2월 '요비트 프로(Yobit Pro)'라는 가상자산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고 그곳에 450만달러(약 60억원) 규모의 자금을 입금했다.
이후 투자 수익률이 올랐을 때 자산을 출금하려 했으나 해당 플랫폼은 추가금을 요구했다.
이에 그는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민원을 제기했고, CFPB도 구글 측에 민원을 전달했으나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삭제되는 데는 3개월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대신 ‘엔비디아’…희비 엇갈린 증권과 가상자산업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 간 희비가 엇갈렸다. 증권업계가 인공지능(AI) 랠리에 편승한 서학개미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반면, 코인개미의 이탈로 가상자산거래소는 실적이 대폭 꺾였다. 투자자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상자산 대신 AI 투자에 나선 셈인데, 하반기에도 거래량을 반등시킬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가상자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상반된 성적표 받은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올 상반기 증권업과 가상자산업은 대체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투자증권(+64.9%), NH투자증권(+15.2%), 삼성증권(+26.4%) 키움증권(+12%) 등 대형 증권사들의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연결기준) 성장률은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순이익이 같은 기간 218.4%나 성장했다.
증권사의 경우 IB(기업금융)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지만, 급격한 긴축으로 투심이 꺾였던 예년과 달리 AI 랠리 등으로 투심이 살아나면서 위탁수수료 수입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다. 마찬가지로 투심이 살아난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수료 수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증권사보다 더욱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연합뉴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모두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기별 실적을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증권사의 경우 1분기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2분기 실적이 소폭 하락하거나 상승했지만, 가상자산업은 지난 분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나스닥지수를 포함해 미국 기술주가 6월 중순까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계속되는 랠리에 2분기 해외주식 거래량이 증가한 반면, 가상자산은 1분기 상승세를 이끌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효과가 갈수록 반감되면서 투심이 꺾인 여파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이용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경우 2분기 순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5.2% 하락했지만, 주식 수수료 수입은 1284억원으로 전분기(1268억원)보다 1.2% 늘었다. 국내주식 수수료 수입이 1%(9억원) 감소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이 7%(26억원) 늘면서 전체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반대로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매매수수료 수입이 1분기 2429억원에서 2분기 1382억원으로 절반가량 급감하며 당기순이익이 88.1%나 떨어졌다. 업계 1위 업비트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51% 급감했다. 더 큰 수익을 쫒아 코인개미들도 해외주식으로 이동하면서 가상자산업계의 실적이 감소한 셈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동결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반기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조정 국면을 맞이하며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모두 금리인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크고 다가올 미국 대선이 반등의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가 침체될 경우 사업 분야가 다각화된 증권업과 달리 투심이 실적과 직결된 가상자산거래소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가 수익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규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하반기 사업자 갱신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도를 통한 수익 다각화보다는 점유율 확대 등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